해바라기/경현수(1945~)

백우시인 | 입력 : 2018/06/08 [03:50]

 해바라기
                  경현수(1945~)




담장 너머 발끝 들고, 고개 쳐든
먼 빛살의 고향
붉은 담벽에 기대어 있는 둥근 꽃
노랑저고리
한세상,
바람서방 한번 못 따라가고
비 내리는 날 제 그림자에 젖고 있다.


안재찬 시인의 시 해설 / 해바라기는 여름철에 노란 빛으로 활짝 핀다. 씨는 먹기도 하고 식용유로 짜기도 한다. 시인은 바람부는 날 임을 따라 나서고 싶지만 기구한 운명이다.


한평생 가택연금이라 움직일 수가 없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이면 한없이 고개 떨구고 슬픔에 잠긴다. 어디 해바라기만 임을 기다리며 탈출을 꿈꾸는가. 때로는 평범한 가정의 아낙도 남편이나 자식들의 뒷바라지 구속을 벗어나 새처럼 훨훨 날으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몇달이고 상선을 타고 망망대해로 떠난 가장을 바라보는 축축한 눈동자나, 험지에서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축축한 눈동자나, 조국을 떠나 난민으로 살아가는 가족을 기리는 축축한 눈동자나, 해바라기의 간절한 소망과 반듯한 길은 단 하나 빛살이다. 해는 해바라기의 일용할 양식이다. 생명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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