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칼럼] 50년 전 오늘 김신조가 왔고, 50년 후 오늘은 현송월이 왔다

벽솔시인 | 입력 : 2018/06/09 [18:13]

 

▲     © 네트워크신문편집국


 

50년 전 얘기다. 50년 전 121일 밤의 일이다. 우리는 1.21사태라고 그 날을 기억한다. 다급한 총소리가 서울의 밤하늘을 흔들었다.북한 특수부대=124군부대원 31명이 우리 군 복장을 하고 수류탄과 기관총 등으로 무장하고 침투했다. 서울 세검정까지 왔다.

 

자하문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총격전이 벌어졌고, 공작원들은 시내버스도 공격해 무고한 시민 5명도 살상했다. 김신조와 함께 침투한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남하한 것이다. ‘공비 29명 사살, 1명 생포, 1명 도주’. 50년 전에 일어난 '1·21사태'를 보도하는 신문기사들의 제목이다.

 

그날부터 김신조가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한다. 공작원 중 유일하게 생포된 김신조는 결국 귀순한다. 1942년생의 김신조. 지금은 서울 한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김신조의 소식을, 20일자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수류탄을 내려놓고 공비들의 탈출로를 수사관과 함께 가며 나 김신조다. 투항하자며 설득했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동료 무장공비 시체 앞에서 '이 개XX, 넌 변절자다'는 환청이 들려왔었다"고 했다.

 

김신조의 주장에 따르면, 또 살아남은 다른 한 요원은 박재경이다. “그가 맞는다면, 박재경은 무사히 북으로 도주해 영웅으로 환대받으며 인민무력부 대장까지 올랐다.”고 연합뉴스가 전하고 있다.

 

박재경은 김대중 정부 때 송이버섯 선물을 가지고 내려왔으며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 때도 개성에서 송이버섯을 선물했다.”는 이 기사를 읽으며 김신조와 박재경의 50년 전과 50년 후로 갈라진 운명이, 남과 북의 비극을 상징한다는 새삼스런 인식이 가슴을 친다.

 

만약 김신조와 박재경을 대면케 한다면, 그들은 50년 전과 50년 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50년 전 김신조가 왔던 50년 후인 오늘 현송월이 왔다는 사실을, 50년 후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해 하는 것은, 필자만의 호기심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50년 후에라도, 우리가 1.21사태와 관련해서 절대로 잊으면 안 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 총경 최규식. 그는 그 1.21사태에 공비의 총탄에 맞아 순직했다. 그의 순직은 50년 후에라도, 자유의 수호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1·21사태를 맞은 정부는 그 해 41일 향토예비군을 창설했다. '내 마을은 내가 지킨다'는 취지였다. 북한의 '노농적위대'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한 비정규군 강화책이었다. 이 사건으로 우리는 청와대 주변을 오가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기억하며 50년을 보냈다. 청와대 근처로 가는 길을 일부러 피하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다. 군사정부 때였다.

 

1. 21사태로 청와대로 통하는 주변의 길목이 모두 폐쇄되었다가 2009년에 해제되어 시민들은 우이령길을 넘나들 수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인 2017626일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통제구역인 청와대 앞 밤길도 열렸다. 역시 50년만의 일이다.

 

50년 만에 북한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서울에 왔다. 현송월의 미소를 보며 김신조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한 마디를 다시 음미한다.

 

"처음 남한에 왔을 때는 매일 데모하고 파업하니 나라가 망할 것 같았지만, 북한에서는 불가능한 '꿈을 선택할 자유'가 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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