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前대법관, 전관이 가야할 길 보여줘

사법개혁 방향제시…아름다운 도전 응원 바른미래 박보영 前대법관 전관이 가야할 길 보여줘

이벽솔기자 | 입력 : 2018/07/19 [19:59]

 

대법관은 법관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수천 명의 법관이 배석판사부터 시작하지만 승진 피라미드는 위로 갈수록 좁아져 맨 꼭대기의 대법관이 되는 이는 열세 명뿐이다. 논란이 된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것도 따지고 보면 승진에 목을 맨 판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전직 대법관들이 변호사로 개업한다. 기대수명 82세 시대에 대법관으로 퇴임했다고 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경제활동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대법관 출신들의 개업 소식만큼은 허탈감을 준다.

 

▲ 박보영 전 대법관(57·사법연수원 16기)이 최근 소액 사건을 주로 다루는 ‘시·군법원 판사’로 일할 수 있는지를 법원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운영자

 

이들은 보통 대형 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전관예우를 받아 ‘꽃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장값만 3000만원, 수임료는 최소 1억원이라는 이야기도 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대법관이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위에 한 칸 더,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이 ‘시·군 판사’에 지원했다. 작은 건물에서 서민 사건을 살피는 자리로 5년째 새로 임용되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인기 없는 자리다. 대형 로펌에서 높은 수임료를 받으며 일하는 길 대신, 번화하지 않아 정식 법원이 없는 시골 판사를 택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박보영 전 대법관(57·사법연수원 16기)이 최근 소액 사건을 주로 다루는 ‘시·군법원 판사’로 일할 수 있는지를 법원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전관예우라는 법조계의 잘못된 관습을 예방하고 사법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무엇보다 대법관 등 법원 고위직들이 임기종료 이후 전관예우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대형로펌행을 주로 선택해왔다는 점에서, 박보영 전 대법관의 시·군 판사 지원은 전관이 가야할 올바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군 판사는 소액심판이나 즉결심판 등 소규모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법원 내 봉사의 의미가 강한 직위”라며 “대법관 등 법원의 고위직은 그 자체로 명예로워야지 전관예우로 돈을 벌기 위한 디딤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전남 여수시을)도 “대법관 같은 최고위 법관이 퇴임후 시·군 법원 판사로 지원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며 “박보영 전 대법관의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 순천 출신인 박 전 대법관은 최근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전임 판사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지난해 지대운 전 대전고법원장(61·사법연수원 13기)이 부천지원 김포시법원으로 발령 나는 등 법원장 출신이 종종 ‘원로 법관’으로 시·군법원 판사로 근무한 적은 있지만 대법관 출신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전에도 퇴임 후 새로운 시도를 한 대법관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리 오래 가지 못 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TOP 10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