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취업을 위해 ‘경력 세탁’까지

기업에 직업소개소가 되어버린 공정위. 퇴직을 앞둔 고위 간부의 ‘재취업 리스트’를

이벽솔기자 | 입력 : 2018/08/02 [00:17]

▲     © 참여연대

▲     © 네트워크신문편집국

 


검찰이 31일, 공정위 퇴직 간부의 재취업 알선을 지시하고 대기업에 강요하며 업무방해, 뇌물수수와 함께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로 정채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구속하면서 양승태 사태와 기무사 문건 사태로 충격에 휩싸인 우리사회는 이제 충격을 넘어 분노가 넘쳐나면서 ‘적폐 청산’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공정위 재직 당시 대기업에 퇴직 간부들의 취업을 청탁하였고, 심지어 ‘고시출신 2.5억, 비고시출신 1.5억’이란 연봉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상조호의 공정위 내부 개혁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31일 논평을 내고 “공정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등과 같은 주요 권력기관과 그 곳의 퇴직자들에 대해서도 공직자윤리위가 취업심사과정과 취업제한 법규 준수 여부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공정위가 막강한 권한을 가졌음에도 재벌 대기업의 불법행위에는 늘 애써 외면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검은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직자들의 이 같은 비리가 공정위에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주요 권력기관들도 전수 조사해야 할 것과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민변



참여연대에 따르면,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ㆍ신영선 전 부위원장은 2011년부터 2015년에 걸쳐 4급 이상의 고위 간부 20여 명을 대기업 등에 재취업시켰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 퇴직자들을 나눠 해당 업체에서의 보직과 억대의 연봉까지 직접 정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이들 고위 간부들을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 유관 기관 등에 재취업시키기 위해 퇴직 5년 전부터 비경제부서에 배치하는 등 이른바 '경력세탁'까지 했다고 한다. 4급 이상 고위 간부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 있는 기업이나 법인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 본인도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피했고, 현대차 계열사에 자녀를 특혜 채용시킨 혐의까지 받고 있다. 공정위 전체가 조직적으로 재취업 비리를 저질렀다. 대기업ㆍ대형 로펌ㆍ각종 유관 기관 등은 공정위 퇴직 간부들에 고액 연봉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공정위는 이를 대가로 해당 업체들의 뒤를 봐주며 공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의 엄정하고도 공정한 잣대는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정부 고위공직자 퇴직 후 취업제한 제도 운영실태 및 개선과제(2014년~2017년)」 보고서를 인용, 공정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공직자 퇴직 후 취업제한 제도 운영실태 및 개선과제> 보기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12월 강화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제도에서도 재취업에 성공한 퇴직 공직자 수와 비율은 해마다 늘어 2017년에는 93.1%(406명/436명)에 이른다. 특히 기관업무기준 심사대상인 2급 이상 고위 퇴직자들 가운데 취업이 승인된 사례도 급증했다(2015년 35.7%(10명/28명) → 2017년 72.1%(49명/68명)). 2014~2017년 취업심사를 거치지 않고 임의취업한 퇴직자는 648명으로, 이 중 63.4%(411명)가 과태료 부과 등 제재조치조차 면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윤리법의 빈틈은 여전히 크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자체도 부실하다.

참여연대는 “공정위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조사ㆍ고발권을 가진 금융위ㆍ금감원ㆍ국세청 등과 같은 주요 권력기관과 그 곳의 퇴직자들에 대해서도 공직자윤리위가 취업심사과정과 취업제한 법규 준수 여부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온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도 투명성을 높여야 하며, 공직자윤리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기 위해 공직자가 아닌 외부 인사 참여를 높이는 등 구성과 운영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와 함께 공직윤리 업무를 독립적 반부패기구에 맡겨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제도를 강화하고 그 운영의 독립성과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공정위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기 전인 지난 7월 2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위원장 백주선)도 “공정위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제하의 논평을 통해 “만약 검찰총장이 대형로펌에 대해 퇴직 검사 취업을 청탁하였다면, 검찰과 대형로펌의 유착 의혹이 불거질 것이며, 전관예우로 인해 형사사법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경제검찰’ 공정위가 감시 대상인 대기업에게 퇴직 간부들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은 이처럼 심각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으로부터 사무처장, 부위원장을 거쳐 위원장까지 취업청탁이 차례로 보고되었다는데 대해 “아래부터 위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부패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공정위는 과연 국민에게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공정한 거래질서를 조성하여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고 과연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인사’의 문제를 넘어 ‘조직’의 문제”라며, “끈끈하게 이어진 공무원의 조직과 문화가 살아 있는 한, 언제 다시 이런 부패가 반복될지 모르며, 김상조 위원장이 아닌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지금의 공정위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서는 부패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또 “공정위는 ‘공정한 시장질서의 수호자’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모두 잃었다”고 단언하고 “앞으론 신고하는 측도, 신고당하는 측도 공정위의 판단과 조치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사회의 공정거래 감시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변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재의 공정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탈바꿈시킬 것과 과거정부 시절 불공정한 처리로 비판받았던 사건들에 대해 독립기구를 설치하여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한 신속하고도 확실한 실행만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검찰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힐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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