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건 칼럼] 가을 감성을 세일합니다.

김현정기자 | 입력 : 2018/09/10 [21:24]

 

▲ © 네트워크신문편집국

 

설렐 준비도 안 됐는데 가을이 왔습니다. 잔디밭에 누워보니 온 하늘이 내 것 같습니다. 분수대 물안개는 에메랄드 보석도 시샘할 정도입니다. 그냥 봐도 푸른 하늘, 희망과 확신을 두니 더 푸릅니다. 목적지도 동행자도 없는데 무작정 떠나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겠지요. 억울하게 오해받을 때보다 그리움의 형벌이 더 가혹한 가 봅니다. 채워지지 않은 사랑도 잔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에는 해독제가 없다지요. 더 사랑하는 것 밖에는(There is no remedy for love. But to love more).

 

그토록 잔인하고 가혹한데 왜 사랑하는 걸까요? 인간은 현명하면서도 어리석고, 어리숙한 것 같은데 어떨 땐 영악하고 교활합니다. 햇볕을 즐긴다면서 본능적으로 그늘을 찾고, 비를 사랑한다면서 우산을 씁니다. 바람을 사랑한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닫습니다. 이처럼 모순투성이인데도 본능적으로 사랑을 갈망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지닌 보편적 오해 때문입니다.

 

계절의 여왕, 독서와 여행하기에 딱 좋은 시기입니다. 독서는 앉아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어 다니며 읽는 독서라지요? 기억 속의 에게 편지를 쓰는가 하면 넋두리인지 독백인지 자신과 화해하기도 합니다. 유례없던 더위가 끝나니 이번엔 전례 없는 추위가 온다는군요. 지난 것을 지나가게 내버려두고 미래를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염려만큼은 언제나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이래저래 싱숭생숭합니다. 아침엔 제법 쌀쌀합니다. 더위를 생각하면 반가운 일인데, 추위를 생각하면 두려운 간절기입니다. 우물쭈물하다 무덤에 서는 일은 없어야할 텐데 말입니다. 열심히 뛰었는데 손에 쥔 게 고작입니다. 결실의 계절인데 앙상한 가지에 참새 몇 마리가 고독을 달래줄 뿐입니다.

 

상도동 어린이집 붕괴, 태풍<제비>가 휩쓸고 간 오사카의 간사이, 메르스 재발 및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남북 정상이 곧 만난답니다. 그 어떤 소식도 지금 마시는 차 한 잔의 행복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요즘 뉴스(News)에 새로움이 없습니다. 뭔가 새로운 게 당깁니다. 추억의 편린 하나를 끌어냈습니다. 국문학 전공이 아닌데 시인이 된 듯합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이 아니라) 네모입니다. 여여(與與)한 가을에는 느림의 미학이 더 어울립니다.

 

 

 

 

 

청아한 하늘을 세일합니다.

뭉게구름 솜이불은 덤이요,

눈부신 햇살에 감미로운 미풍도 끼워드립니다.

유효기간은 두 달. 이월상품은 내년 봄 아지랑이로 찾아옵니다.

그리 울었던 그리움이 한 폭의 그림으로 농축됩니다.

베갯속 루낭(淚囊)은 영롱한 아침이슬로 거듭납니다.

사무치는 동경은 도쿄(東京)의 밤이 제격입니다.

앓음아름다움을 낳은 것은 사랑의 신비입니다.

작열하던 초록빛이 단풍으로 갈아입는 날, 차분한 우울함에 애꿎은 커피 잔만 비웁니다.

모든 인간은 후천성 사랑결핍증 환자. 사춘(思春)기를 지나 사추(思秋)기가 오나 봅니다.

 

청년의 "가슴 뜀"이 유혹에 가까운 충동이었다면 중년의 설렘은 찻잔 속의 폭풍처럼 차분한 열정이자 신중한 도발입니다. 싱그러운 아침햇살 담아 가을 감성을 세일합니다. 견딜만한 고독은 사은품이요, 단풍 나들이는 무료 쿠폰입니다.

 

                                                              “가을  정취에 사랑을 묻다.”

                                                                       요즘 보고픈 사람

  사랑 그리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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