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박사]의 마인드 숨(breath) 칼럼 “알아서 피하세요, 제가 좀 까칠합니다”

김미숙 박사 | 입력 : 2019/04/08 [22:55]

 

▲     © 네트워크신문편집국


[김미숙 박사]의 마인드 숨(breath) 칼럼

알아서 피하세요, 제가 좀 까칠합니다

 

개성과 개별적 감성이 각광받는 현대사회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자각을 우선하지 못한 채 점점 더 자기중심적인 성향으로 그 개별성의 사각지대를 넓혀가는 듯하다. 왜냐하면 각 개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개별성의 극대화는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 부적응이라는 심리적 불편함을 초래하여 오히려 기대와 상반된 불행과 불만족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관계의 행복은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행복한 관계의 본질적 특성은 무엇일까?

 

알아서 피하세요, 제가 좀 까칠합니다

며칠 전 운전 중 보게 된, 어느 초보 운전자의 표어 문구다. 단순히 초보운전이렇게만 표기해도 충분히 이해가 될 법한데 좀 더 감성이 깃든 표현이라 그런지 한 번 더 눈 여겨 보게 된다. 게다가 ~”하는 탄성도 자아내게 했다. 사실 그 당시 내가 직접 본 문구는 “R아서 P하세요, 제가 까7합니다였기 때문이다. 기발한 발상이다. 시들거리는 갱년기 감성에 젖어 있던 나는 오랜만에 뜻하지 않은 생생한 감성을 선물로 받은 덕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지 선배 운전자로서 그 초보 운전자에게 기꺼운 양보의 미덕을 발휘했다. 그런데 정체된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계속 그 차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미덕의 기꺼움은 홀연 사라지고 괘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체 구간 운전에 따른 단순 피로감이 감성 초보운전자에게 엉뚱한 불똥을 건넸단 생각에 스스로를 나무랐지만 가만 보니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니었다. 울컥 불똥의 시점은 감성 초보운전자 차와 동시에 왼쪽 차선에서 나란히 주행 중이던 또 다른 초보운전자 차가 나란히 앞서기 시작하면서였다. 또 다른 초보자의 차 뒤꽁무니에는 운전 중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 문구는 까칠하니 피해가라던 이전 초보자의 문구와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마치 나중 초보자는 다른 차들 주행에 불편을 주는 건 아닌지를 염려하는 듯 여겨졌고 이전 초보자는 자신이 까칠하니 상대가 알아서 피해가라는 엄포(?)를 놓는 듯했다. 그렇게 비교 해석을 하게 되니 홀연 괘씸한 마음이 울컥 올라왔던 것이다.

 

물론 자의적 해석의 한계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두 상황의 본질적 차이는 자신의 어려움의 호소에 상대의 어려움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여부다. 다시 말해서 알아서 피하라는 문구는 상대의 고충이 배제된 자기중심적인 표현이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문구는 타인의 입장도 함께 인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초보운전에 대한 상대의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 상대를 배려함과 그렇지 않음에 따라 정작 상대의 반응은 이렇게 상반되게 나타난다. 혹자는 알아서 피하라는 자기중심적인 표현에도 쉽게 미덕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본질의 요점은 상황 이해의 개별성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니라, 원만한 인간관계의 기본은 이처럼 타자성(otherness)을 포함한 상호관계성에 대한 바람직한 자기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남다른 감성이 각광받는 현대사회는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점점 더 타인의 상황을 배제하는 시대적 모순을 자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를 두고 현대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타자성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는 것이 해체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함을 피력했다. 이는 곧 자기중심성에 근거한 개별성이 현대사회가 자초하는 해체된 관계의 원인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홀연 지나가다 나의 시들한 갱년기 감성 덫에 걸려 느닷없이 비판적 성찰의 대상이 된 감성초보자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나름대로 그도 사회 공동체에 적응하려고 미숙한 초보운전 딱지를 떼느라 엄청 애를 쓰고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런 의미로 나도 차 뒤꽁무니에 이렇게 써 붙여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까칠한 갱년기입니다. 알아서 피해가세요라고.

 

 

 

 

 

김미숙 프로필

 

마인드숨 심리상담코칭연구소 대표

연세대 상담코칭학 박사(Ph.D)

1급 상담심리사(한국상담심리학회)

심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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